몬트리올의 남산이라 일컫어지는 '몽로얄'
이곳에 서면 몬트리올 시내 전체가 조망되면서 멀리 샹플레인, 카르티에 다리까지 보인다.
무엇보다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전망이 정말 끝내주는 곳이다!
우리 부부는 요즘 주말이면 지하철을 타고 몬트리올 곳곳을 관광객 흉내내며 구경다니는 게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이곳도 운동겸 기분 전환겸, 또 취미 삼아 다시 찾게 됐다.
참, 그 전에 이민 초창기 이 근처 살 때 가끔 들렀던 빠띠세리(patisserie)에 들렀는데... 참 많이 변했더라~
그때 기억은 주로 쵸콜렛이 주를 이루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브런치가 유명한 듯 많은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앞에 무심한 듯 마련된 피아노로 지긋한 노신사께서 멋진 연주까지 하고 있었는데, 피아노와 노신사가 자연스레 한 몸이 되어 진풍경을 자아내며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 광경은 마치 내가 살고 있는 몬트리올의 풍경같지 않고, 파리의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인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곳을 구경한 다음 우린 기분 좋게 고퀄리티의 디저트까지 3개 사서 몽로얄로 향했다.
날씨가 허락한다면 다음 주엔 다미안과 함께 브런치타임을 가져봐야겠다!고 결심까지 하면서.
몽로얄까지 가려면 퀸메리라는 길 가에 있는 묘지를 지나야 하는데, 외국에선 묘지가 불길하고 두려운 그 무엇이 아니라
유유자적, 그야말로 마음 번잡할 때 찾을 수 있는 최고의 명상장소다.
끝없는 푸른 초원을 바라보면서 거대한 나무 아래 지나간 삶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의 흔적을 바라보며 걷노라면 인간의 삶이란 게 정말 허무하기 이를 데 없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그건 전적으로 비극적인 시점으로부터 비롯된 사적 견해일 뿐, 어찌보면 거기에 누워 있는 사람들은 살아 생전 치열한 삶을 마친 후 안락하고 풍요로움을 느끼며 진정 쉬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긴 하다.
우리는 서로 아무런 말없이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께서 누워계신 그곳을 지나쳐(사실 지난 주에 인사를 드리러 왔었다!) 몽로얄로 향했다.
그리고 드디어 몽로얄의 랜드마크인 '비버 호수'( Lac aux Castors)에 도착했고, 멋진 풍광과 어우러져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많은 이들을 바라보며 우리 또한 그들처럼 진정한 휴식을 취하고자 벤치 한 곳에 자리잡고 앉았다.
몽로얄 근처에는 멋진 집들도 많아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역시 개를 사람이상 사랑하는 듯 보이는) 이들이 개와 함께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푸르른 하늘과 따스한 햇살, 거기에 신선한 공기,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공원이라는 곳은 정말 치유에 최적화된 곳임이 분명하단 걸 또 새삼 느끼며 그곳에서 그렇게 고요하면서도 풍요로운 시간을 보냈다.
더불어 우리가 준비해간 샌드위치에, 챙겨간 디저트까지 기쁜 마음으로 냠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삶이 늘 이렇게 풍요롭기만 하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는 늘 좋기만 하다면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없다라고 말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우린 힘든 시기를 충분히 겪어왔기에 앞으로 늘 좋기만 해도 충분히 행복할 거라 믿는다.
단 문제라면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일 터이니, 대신 하루하루를 풍요롭게 만드는데 집중하자고 다시금 결심해본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화장실도 들렀다, 우리는 또 다른 행복(?)을 찾아나섰다.
이번엔 꽤 많이 걸어 우리가 좋아하는 베트남국수집까지의 행복한 여정을 단행한 것.
새우꼬치에 맛난 소스에 비벼 매콤한 소스까지 곁들여 맛있게 식사를 마친 후 우린 다시 거슬러 걸어가 24시간 열리는 마켓에 도달했다. 거기서 옥수수 등 퀘벡의 과일들을 사서 배낭에 넣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참으로 찬란했던 행복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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