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가을은 한국에 비해 많이 이르다. 그리고 단풍들기도 훨씬 이르게 시작한다.
한국처럼 북쪽에서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해 남하하는데, 북쪽에서는 특별히 몽트랑블랑의 단풍이 아름답다 정평이 나있다.
해서 얼마 전 몽트랑블랑주립공원을 찾았다.
역시나 천혜의 자연을 보존한 그곳의 단풍은 우리의 눈과 마음을 모두 즐겁게 해줬다.
그보다 앞서 우연이 주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었는데, 원래 가려던 곳이 곰이 나와 폐쇄가 됐다길래 남편과 나는 다른 피크닉장소를 찾다 기가 막힌 곳을 또 발견할 수 있었던 게 그것이다.
그곳은 피크닉 테이블 바로 앞에 강이 흐르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면서 기막힌 풍광을 선사하는 것 외에도 조용하고 한적해 남편과 내 취향에 딱 맞는 그런 곳이었다.
우린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한국에서 가져간 큰 야외 매트를 펴고 드러누워 책도 보다가, 폰도 보다가, 하늘도 보다가 하며 그렇게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냈다.
그밖에 작지만 귀여운 폭포도 두 군데 구경하고, 좋은 공기 듬뿍 마시며, 찬란한 햇살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트레킹도 하는 등 활달하고 명랑한 시간도 보내다 돌아왔는데 집으로 돌아오며 내가 남편에게 한 말이 이랬다.
"참으로 복되고 흐믓한 꽉찬 하루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