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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이야기

드라마의 효용에 대해 다시 숙고하게 만드는 고마운 드라마 ‘눈이 부시게’

by 몬트리올 아리랑 2019. 3. 12.

요즘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보면서 이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교육원에서 발행한 책에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줘야 한다고

돼 있다내 생각에도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여겨진다.

 

삶이 버거운 이들에게 잠시나마 현실의 고통스런 일상에서 벗어나 실컷 웃고

꿈꾸게 만들어주는 거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드라마의 효용은 감동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뭔가 느끼고깨닫고당장 이전보다 더 나아진 사람이 될 순

없더라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순간을 갖게 만든다면 그게 바로 성공한 드라마라고 난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바로 재미와 감동’ 두 가지를 다 시청자

들에게 듬뿍 선사한 고마운 드라마가 확실하다.

 

다소 궁색하고 찌질한 현실 속 장면들을 통해 우리에게 짠한 웃음을 선사한다면,

그런 궁색하고 찌질한 현실을 직접 겪었던 대부분의 윗세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묘한 기적을 선사하며 감동을 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로만 들었던 역지사지를 이렇게 효과적으로 보여줬던 드라마가

또 있었던가 싶으며 말이다.


주인공 25살의 혜자가 직접 70대 노인이 되어 그들을 경험할 수 있었던 설정은

이보다 더 효과적일 수 없을 만큼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를 쓴 이남규 작가님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잇는

최고의 휴먼장르의 대가임과 동시에 나의 아저씨를 진일보시킨 머리 좋은

작가님이 분명해 보인다.

 

드라마 공부를 할 때 난 선생님들에게 늘 이런 질문을 했었다.

무엇보다 드라마작가는 머리가 좋아야하는 게 아니냐고.

재미와 감동이란 게 말로는 쉽지만재미있으면서 감동을 준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므로이걸 잘 엮으려면 역시 머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

했었기에.

 

이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보면서 역시 또 이 화두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깊은 좌절에 빠지게 된다그러면서 차라리 내가 생각했던 게 틀렸음 

싶다.


사실은 머리가 좋아야 하는 게 아니고자꾸 쓰고 또 쓰다보면 둘을 기가

막히게 엮는 요령과 기술이 생기고무엇보다 본바탕이 착한 사람이라면

진정 좋은 드라마를 쓸 수 있다!라는 게 맞는 답이면 좋겠다.

 

이렇게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열광하며 함께 울고 웃는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나 같은 드라마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실로 영향력 높은,

아주 좋은고마운 드라마가 맞다 여겨진다.


 

사족 하나를 덧붙이자면...

드라마 '청담동 살아요'를 보면서 이 드라마를 쓰신 작가분들 참 따뜻한

분들 같다! 생각했었는데 역쉬~였다는 거!

박해영작가님, 이남규작가님, 이분들이 바로 그 드라마를 쓰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