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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14박 스페인, 카나리제도, 포르투갈 크루즈 여행바다(항해하는 날 크게 병나다!)

by 몬트리올 아리랑 2023. 1. 20.

어쩌면 다행일 수도 있을 듯!

기항지가 없는 바다 항해 날 난 드디어 병이 나버렸다!

입맛도 없고 소화도 안 돼 종일 수영장 근처에서 뒹굴뒹굴하며 지냈다.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그리고 저녁도 남편 먹는 거만 구경했다.

이렇게 바다 항해하는 이틀을 고생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멘탈 갑인 줄 알았는데 역시 나이 들어가면서 신경이 무디어지는 게 아니라 더 예민해지나 보군!'

 

남편에게 미안했고, 나약한 나 자신이 미워졌다.

하지만 어쩌랴!

이 또한 견뎌내야 하고, 결국은 견뎌낼 것이다. 

 

되도록 긍정적이려고 노력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대신 가슴 깊은 곳에서 허허한 바람이 계속 휘몰아치며 날 괴롭혔고, 난 굴복하길 거절했지만 힘에 부쳤다.

 

내 강점이라면 웬만해선 내 루틴을 지키는 편이라는 그 점을 들 수 있는데, 평소와 다른 내 모습에 남편도 당황하는 눈치가 확연했다.

그게 또 미안해서 난 더 속이 상했다.

 

오며가며 배 안에 마련된 예술품과 시설들을 구경하는 재미는 꽤 쏠쏠했다!

 

그러다 결국 바다 항해 이틀 중 마지막 날에 편하게 쉬려고 스파를 방문했다.

내 생일날 미리 말해 놓아서인지 15% 정도 할인해준 요금에 일찍 남편과 스파를 시작했다.

리플렉션 호보다 좀 더 널찍한 공간에서 습식, 건식을 오가며 한동안은 쉴만했다.

그런데 얼마 후 나이 지긋하신 노신사 한 분이 지인과 딱 정중앙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전혀 스파라는 시설과는 상관없다는 듯 평소의 목소리대로(스파 공간은 보통 더 울리기 마련인데...) 그렇게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엔 아랑곳없이 끝없는 이야길 이어나갔다.

 

남편은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는지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고, 난 좀 더 견디려다 화가 나기 시작해 그 자리를 피해 밖으로 나왔다.

입구에 리셉셔니스트가 고객과 상담 중이기에 기다렸는데, 잠시 후 한 젊은 남자가 나오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난 어차피 아쿠아 클래스라 내일도 올 수 있고 다음 날도 올 수 있지만 따로 요금 결제하고 오는 고객이라면 화가 많이 날 거 같네요. 좀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시면 안 될까요?"

 

"아! 어쩌죠? 그러면 우리에게 또 컴플레인하실 텐데!"

 

리셉셔니스트의 대응에 어이가 없어졌다.

컴플레인이라니? 스파에선 조용히 해야 하는 건 세상 어디든 불문율인데 그게 뭔 소리란 말인가?

그들이 자신들의 방종을 즐기는 동안 그럼 남은 고객들은?

 

나 역시 어필했다.

 

"주의를 주셔야지 그럼 나머지 고객들은 당연하게 그걸 감수해야 한단 말인가요?"

 

그녀는 난처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해서 난 게스트 릴레이션에 컴플레인을 하기로 맘먹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 후의 일은 대충 이렇게 진행됐다.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그리곤 저녁에 전화가 왔다.

죄송한 맘에 다음에 오시면 '무상'으로 이용하실 수 있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맘 같아선 환불을 받고 싶었지만 그렇게까지 하긴 좀 그래서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바다 항해가 많은 날 하루 중 스파 서비스를 재사용하기로 맘먹었다.